시대적 논쟁의 배경과 본 글의 목적
대한민국 국가보안법(이하 보안법)은 1948년 제정 후 국가 안보 수호의 법적 기반이었으나, 동시에 표현의 자유와 인권 탄압의 상징이라는 국제적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습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첨예한 시대적 논쟁을 국제적인 인권 기준 비교의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접근합니다.
본 연구의 핵심 목적
- 보안법과 국제인권협약 기준 간의 충돌 지점 분석
- 폐지 또는 개정을 둘러싼 법적, 정치적 논리 명확화
이러한 목적 아래, 다음 섹션에서는 보안법 논란의 핵심적인 국제 기준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의 원칙과 그 적용 기준을 상세히 살펴봅니다.
국제인권법의 잣대: ICCPR의 핵심 원칙
국제 인권 기준 중 보안법 폐지 및 개정 논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인용되는 것은 대한민국이 비준한 유엔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입니다. 이 규약은 모든 사람의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제18조),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제21조)는 물론, 민주사회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제19조)를 핵심 권리로 확고하게 보장합니다.
ICCPR의 ‘3단계 테스트’: 제한의 엄격한 잣대
ICCPR은 국가 안보나 공공 질서 유지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경우에도, 그 제한이 충족해야 할 엄격한 세 가지 기준, 즉 ‘3단계 테스트’를 명시합니다.
- 법률에 의한 규정: 자의적 해석을 막을 만큼 명확하고 접근 가능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 정당한 목적의 필요성: 제한이 특정 정당한 목적 달성에 필수불가결해야 합니다.
- 비례성의 원칙: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에 비해 침해의 정도가 최소화되어야 함을 요구합니다.
유엔 인권위원회(HRC)는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이적단체’와 같은 광범위하고 모호한 용어의 사용이 이러한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고 일관되게 지적해왔습니다. 이는 광범위한 사상의 영역까지 형사처벌하는 규정이 국제 인권법의 핵심 기준에 정면으로 배치됨을 의미합니다.
핵심 쟁점: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의 문제
국가보안법 중 제7조(찬양·고무)는 국제인권법의 핵심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9조(표현의 자유)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특히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모호하여 국제 인권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법적 명확성’ 원칙(Legal Clarity)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국제 인권 기준에 따르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은 반드시 ‘법으로 명확히 규정’되어야 하며, ‘정당한 목적’을 위해 ‘필요성 및 비례성’ 원칙에 따라 최소한으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이 기준은 모호한 해석 가능성을 엄격히 제한합니다.
그러나 제7조의 불명확한 개념은 학문적 논의, 문화 예술 활동, 심지어 단순한 사상까지 잠재적 처벌 대상으로 만들며 국민의 광범위한 자기 검열(Chilling Effect)을 강요합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이 조항이 ICCPR 상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인권 기준에 미달한다고 판단하여 수차례 폐지 또는 개정을 권고해왔습니다.
보편적 인권과 국가 안보의 조화 방안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는 국제인권 기준 비교에 따라 국내법을 조정하여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인권의 수준을 달성하는 핵심 과정입니다. 유엔 인권위원회 등은 보안법이 자유권규약(ICCPR)이 명시한 명확성, 필요성, 비례성 원칙을 벗어나 국민의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국가 안보는 포괄적 억압이 아닌, 형법상 내란죄, 외환죄, 테러방지법 등 기존 법 체계를 활용하여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충분히 유지될 수 있습니다. 법 집행의 과도한 확장을 억제하고 실질적인 위협에 집중하는 것이 민주 사회의 원칙입니다.
안보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최우선하는 법 체계 정비는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반드시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입니다.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에 대한 심층 질의응답
Q. 보안법이 폐지되면 국가 안보에 구멍이 생겨 간첩 행위 등 실질적인 위협에 대응할 수 없게 되지 않나요?
A. 폐지론자들은 실질적인 안보 위협 행위는 기존 형법과 특별법으로 충분히 규율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국가보안법이 모호한 개념인 ‘찬양·고무’와 같은 사상이나 표현의 자유 영역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반면, 실질적인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법체계는 이미 존재합니다. 특히 형법상의 내란죄(제90조), 외환죄(제92조~98조), 그리고 군사기밀 보호법 등의 특별법이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협하는 구체적인 행위를 엄격히 처벌합니다. 따라서 보안법 폐지는 안보 공백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 친화적인 법률로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논리입니다.
Q. 국제 인권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유엔은 구체적으로 어떤 조항의 폐지를 요구했나요?
A. 유엔 인권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는 국제 인권 기준, 특히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과의 불일치를 지적하며, 인권 침해 소지가 큰 조항들의 근본적인 개정 또는 폐지를 여러 차례 강력히 권고해왔습니다. 주요 쟁점 조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제2조: ‘반국가단체’의 모호한 정의로 인한 적용 범위의 자의적 확대 우려.
- 제7조: ‘찬양·고무’ 및 이적 표현물 제작/소지 처벌 조항으로,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침해한다는 비판.
유엔은 이 조항들이 평화로운 의견 교환과 정치적 표현까지 억압할 수 있다고 보아, 국제적인 인권 기준 준수를 위해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Q. 다른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한국의 보안법과 유사한 법률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나요?
A. 대부분의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은 국가 안보를 위해 조직적인 테러리즘이나 간첩 행위(Espionage)를 규율하는 법률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률들은 주로 특정 행위나 구체적인 폭력 모의를 처벌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한국의 보안법처럼 단순히 사상을 공유하거나 비폭력적인 표현물을 소지하는 행위, 즉 모호한 ‘반국가적 의도’만으로 개인을 처벌하는 형태의 법률은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선진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는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구시대적 유산으로 간주되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개정 요구의 핵심 배경이 됩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보안법은 최소한의 민주적 법률 원칙을 위반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